트럼프 1기 때의 주식 흐름: 정책과 시장의 역학
1. 서론: 정치와 주식 시장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주식 시장은 언제나 수치와 지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치의 변화는 때때로 경제 변수보다 더 강한 충격을 시장에 안겨준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그의 정책 방향에 쏠렸다. 그는 전통적인 정치인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치를 이끌었고, 그 파격적인 접근은 시장에도 일종의 실험처럼 작용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행보는 세제 개편, 규제 철폐, 대외 통상 정책 전환, 그리고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라는 연속된 변수를 시장에 던졌다.
정치적 발언 하나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특정 종목의 주가를 출렁이게 만들던 시기. 트럼프 1기는 정치와 주식 시장의 역학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글에서는 그의 집권기 동안 증시가 어떤 흐름을 보였고, 이를 움직인 정책적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감세·규제 완화,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팬데믹 대응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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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1기의 주식흐름을 잘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2. 본론
감세와 규제 완화: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친기업적 유턴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은 경제 카드 중 하나는 대규모 감세였다. 2017년 말 통과된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TCJA)’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기업의 세 부담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는 기업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감세와 함께 추진된 금융·환경 규제 완화 정책은 에너지, 산업재, 금융업종에 강한 호재로 작용했다. 이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각각 25%, 19% 가까이 상승하며 강세장을 이끌었다.트럼프는 자신이 “비즈니스맨 출신 대통령”임을 강조하며, 시장 친화적인 행보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규제보다는 혁신을, 통제보다는 시장의 역할을 우선시했다. 물론 이러한 정책 기조에는 환경 파괴나 소비자 보호 약화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적어도 주식 시장은 그의 정책에 환호했다. 트럼프 임기 초반, 월가는 오랜만에 ‘예측 가능한 친시장 대통령’의 시대를 맞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 기대로 시작해 불확실성으로 흔들리다
하지만 감세 효과로 달아오른 시장은 2018년 들어 전혀 다른 변수와 마주하게 된다. 트럼프가 중국을 겨냥해 전방위적인 무역 전쟁을 선언하면서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협상 카드로 여겨졌지만, 실제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가 부과되고, 양국 간의 보복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졌다. 공급망이 흔들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보류되는 등 실질적인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술주, 특히 반도체 종목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직격탄을 맞았고, 시장은 점차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2018년 S&P 500 지수는 연말 기준으로 6.2% 상승에 그쳤으며, 특히 연말에는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주요 지수가 급락하는 ‘산타랠리 실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리스크가 시장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었다. 트럼프의 정책이 항상 주가를 끌어올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 시기였으며, 외교·무역에서의 예측 불가능성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팬데믹과 부양책: 절망과 기회의 공존
2020년, 트럼프 임기의 마지막 해는 전례 없는 팬데믹이 모든 것을 뒤흔든 시기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불과 몇 주 만에 S&P 500은 30% 가까이 하락했고, 공포지수(VIX)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반전된다. 연준의 초강력 완화 정책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와 협력해 수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신속하게 통과시킨다. CARES 법안으로 대표되는 이 정책은 실직자 지원금, 기업 대출, 중소기업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 등을 포함해 유례없는 규모로 집행됐다.이러한 유동성의 힘은 시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기술주 중심의 반등은 V자형 회복을 이끌었고, 특히 비대면 산업의 수혜주는 팬데믹 기간 동안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나스닥 지수는 40% 이상 상승했고, S&P 500 역시 16%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기의 순간에 과감한 정책 대응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반전시킨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시장 회복의 마중물이 되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정치와 주식 시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실험장이었다. 감세와 규제 완화는 확실한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동일한 시장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사태 속에서 발휘된 재정·통화 정책은 오히려 시장의 극적인 반등을 이끌며, 정부 정책이 투자 심리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이 시기를 되돌아보면, 단순한 상승 혹은 하락으로 트럼프 1기의 시장을 평가할 수 없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치가 어떻게 경제를 자극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투자자는 그 경험을 단순히 과거의 기록으로 넘기기보다는, 미래의 리더십 변화와 정책 전환에 대비하는 전략적 참고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준비된 투자자에게 정치도 기회가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